(고성) 속초 여행을 떠나보자
3.1절을 맞아 4년 만에 달력에 나타난 2.29일을 일하면서 보내기 아쉬워 하루 휴가를 내어 3박 4일간 연휴를 즐기기로 했다. 원래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가려했으나 연휴라 호텔값이 너무 비싸서(무려 6배 폭등) 2.29 ~ 3.1로 1박 2일 일정으로 급하게 변경했다. 고성의 여러 숙소를 알아보다 아고다에서 속초의 좋은 숙소를 저렴하게 추천한 덕(?)분에 속초 여행으로 지역을 바꿨다. 그래서 1박 2일 일정을 가득 채운 속초에서의 행복했던 기록을 남겨본다.
가는 길에 콩콩팥팥 또간집 '고향집'에서 두부구이
수원에서 차를 타고 속초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하남에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는 루트인데, 작년에 정말 즐겁게 봤던 예능 '콩콩팥팥'에서 출연자들이 정말 맛있게 먹어 두 번이나 찾아간 인제의 두부집이 가는 길에 있어 그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수원에서 두 시간 여를 달려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했다. 매주 수요일은 휴무라 목요일인 오늘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평일이다 보니 다행히 앞에 대기줄은 없었고, 가게 안쪽에 있는 태블릿으로 예약을 한 후 차에서 대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카오톡으로 입장 문자가 왔다.
상호명 : 고향집
주소 : 강원 인제군 기린면 조침령로 115 고향집
참고 : 매주 수요일은 휴무!!
우리는 방송에서 보고 꼭 먹어보고 싶었던 두부구이와 모두부 백반, 콩국수, 전병을 추가로 하나씩 주문했다. 곧바로 두부가 들기름이 뿌려진 채로 그리들에 담겨 나왔다.
진짜 이 두부구이는 콩콩팥팥에서 출연자들이 그냥 지은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 맛있다.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차이가 더 많이 날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짭조름한 간이 되어 있어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충분히 고소한 두부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바로 먹는 것보다 살짝 식혀서 먹는 게 더욱 두부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의 마지막 음식이었다면 꼭 한판을 더 시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모두부 정식과 전병, 막국수가 차례로 나왔다. 모두부는 입 안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고, 함께 나오는 간장소스의 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할머니 생각이 나는 행복한 음식이었다. 전병은 가게가 바쁜 와중에도 겉바속촉을 잘 지켜주어 식감으로 먹는 맛이 좋았고, 김치전병과 고기전병이 한 줄씩 있어 두 가지 맛을 비교해 보며 먹을 수 있었다. 막국수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맛이었는데, 일반적으로 설탕이 들어간 주문진 막국수 스타일은 아니고 삼삼하면서 배추의 향이 배어있는 막국수였다. 나는 호!
이야기와 볼거리가 있는 대형 카페 '칠성조선소'
점심을 맛있게 먹고, 속초의 어디를 가볼까 정하다(P의 여행ㅎㅎ) 칠성조선소라는 카페를 발견했다. 1952년부터 실제로 조선소로 쓰이던 곳인데 2017년 여러 이유로 문을 닫고 조선소의 형태는 유지하되 카페로 활용하는 곳이었다. 호텔 체크인이 오후 3시는 되어야 해서 2시간 정도 여유가 생겨 그곳으로 바로 달렸다.
실제로 조선소로 쓰이던 장소였다 보니, 전용 주차장은 없었고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안내해 주었다. 주차 후 걸어서 다시 조선소로 왔는데 입구부터 이 장소의 의미와 과거의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기 위한 장소들이 많이 있었다.
걱정 교환소, 목선 전시 등 칠성 조선소의 의미와 다양한 체험거리를 구경하고 나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1층에서는 메뉴 주문과 화장실, 로스팅하는 공간이 있고, 2층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테이블이 멋진 뷰와 함께 제공되고 있었다. 우리는 선박의 우현을 뜻하는 STAR BOARD 커피와 선박의 좌현을 뜻하는 PORT 커피를 하나씩 주문했다. 애견을 위한 멍푸치노 같은 메뉴도 있었고, 대형 카페답게 수많은 빵들도 판매 중에 있었다. 우리는 두부를 먹고 온 관계로 패스!
2층에 겨우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받아왔다. 꽃향과 산미가 있는 스타보드 아메리카노는 내 취향에 잘 맞아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서 한참 동안 속초의 바다를 바라보았고, 노트북을 꺼내 앞으로 여행 일정을 정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호텔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날씨가 흐릿한 편이라 다음번에 날씨 좋을 때 여기는 다시 오는 걸로!
앞으로 속초 숙소는 '속초 아이파크 스위트 호텔 앤 레지던스'부터 검색하는 걸로
칠성조선소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체크인을 위해 아고다를 통해 예약한 '속초 아이파크 스위트호텔 앤 레지던스'로 달려갔다. 일반적인 호텔 구조와 다르게 주차장이 1층부터 5층까지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었고, 6층이 프런트이고 7층부터 27층까지가 호텔 객실이었다.
호텔명 : 속초 아이파크 스위트 호텔 앤 레지던스
주소 : 강원 속초시 중앙로 266
3시가 체크인 시작시간이었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 지상 1층에 주차를 하고 6층에서 빠르게 체크인이 되었다. 호텔 투숙객에는 사전 예약 시 조식을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라운지에 카페도 있어 여유를 즐길 수 있어 보였다.
우리는 14층에 배정을 받았고,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체크아웃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인데 엘리베이터에 카드키만 내면 언택트 체크아웃이 된다고 해서 그 부분이 좋았다. 아이파크 브랜드 특유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노란 톤의 조명 인테리어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제 숙소로 가보자
룸 컨디션 최고! 아고다에서 예약한 1박 숙소가격이 6만 원대인데, 가격대비 컨디션이 정말 너무 좋았다. 스탠더드 시티뷰 더블룸 상품으로 예약을 했는데 바다도 보이고, 두 명에서 보내기엔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다만, 투숙객은 세탁/건조기를 사용할 수 없었고(사전에 안내함) 짧은 여행이라 굳이 필요도 없었다. 어쨌든 기대 이상!
화장실도 신축답게 깔끔하고, 칸막이로 샤워실도 분리되어 있어서 좋았다. 3시간 이상 운전을 하다 보니 조금 피곤해서 푹신한 침대에서 잠깐 쉬었다가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등대 해변에서 해변을 거닐며 산책했다. 이제 슬슬 해도 지니까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가보자.
속초 시장 King of King '만석닭강정'과 대포항 '모녀 가리비' 누룽지 오징어순대
그래도 속초여행을 왔으니 속초 시장을 가보지 않을 수 없어, 그곳에서 구경하다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하나를 사고 '모녀 가리비' 누룽지 오징어순대를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부터 연휴의 시작임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속초시장을 가득 메웠고, 두 바퀴를 돌았지만 마땅히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와이프가 만석닭강정을 우연히 지나치다 자기도 모르게 닭강정의 향기에 취해 줄을 섰다.(ㅋㅋㅋ) 찰리의 초콜릿 공장 마냥 엄청난 속도로 대기줄이 줄어들어 줄 선지 5분 만에 순살로 일반 닭강정으로 구매했다(뼈는 품절). 나중에 알고 봤더니 닭강정이 나오는 시간대에는 줄이 금방 빠지지만 튀기는 시간에 줄을 서면 최소 45분 이상은 기다려야 된다고 했다. 정말 운 좋게 닭강정을 샀으니 대포항으로 건너가 누룽지 오징어순대를 사기로 했다.
콩콩팥팥 투어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 속초여행에서 먹지 못했던 음식을 고르다 누룽지 오징어순대가 맛있어 보여 이왕이면 원조라고 불리는 곳에서 처음 먹어보자고 대포항에 위치한 모녀가리비에 도착을 했다. 저녁 7시쯤 들어갔는데 최소 30팀 이상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식당 안에서 가리비를 먹고 가는 줄과 누룽지 오징어순대만 포장하는 줄이 따로 있었다. 포장줄에 서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최소 한 시간 반 이상은 기다려야 될 거라고 안내해 주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가리비를 시켜 식당에서 먹는 사람들이 누룽지 오징어순대를 주문하면 포장보다 앞서서 제공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순번이 뒤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줄 서기 시작한 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려 한 시간 반을 기다려 겨우 구매했다. 숙소로 가는 차에 닭강정의 새콤 달콤한 냄새와 누룽지 오징어순대의 고소한 냄새가 섞여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그래도 대포항의 야경은 정말로 예뻤고, 우연히 평소 구독하는 낚시 유투버의 라이브 방송도 구경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
성공적인 여행을 축하하는 저녁만찬 (with 짐빔하이볼)
약속이라도 한 듯 숙소에서 음식을 빠르게 세팅하고 곧바로 저녁을 먹었다. 혹시나 닭강정이 뻑뻑해졌을까, 누룽지 오징어순대가 눅눅해졌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 식감 그대로를 맛볼 수 있었다.
만석닭강정은 예전에도 먹어봤지만 속초의 대표 관광음식으로 여전히 맛있었다. 특히 살짝 식은 상태가 더 맛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조금 식은 상태로 먹으니 달콤한 맛이 더욱 닭에 배어있어서 좋았고, 둘이서 먹기에 양이 많아 절반 정도 사이즈도 판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보는 누룽지 오징어순대는 고깃집에서 고기 다 먹은 후에 먹는 볶음밥을 고기를 먹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맛보는 느낌으로 누룽지의 강렬한 바삭함과 오징어의 쫄깃함이 더해져 한 시간 반 기다려도 한 번쯤은 먹어볼 가치가 있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짐빔과 진토닉을 이용해 하이볼을 만들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두 만족스럽게 여행한 우리를 셀프 축하하며 저녁 늦게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을 할지 내일 고민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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